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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에 닿으면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 다시 찾은 역사

by Emissary 2020. 1. 20.

 

* 위치: 1500 13th St NW, Washington, DC 20005            
* 시간 : Mon (Closed) / Tue - Sun 10:00 AM ~ 5:00 PM                        
* 가격 : free 
* 홈페이지 : http://www.oldkoreanlegation.org/


 

 

디씨에는 다양한 'Circle'이 존재한다. 언뜻 보면 단순히 회전교차로나 로터리 정도로 생각될 수 있는 이 'Circle'들은, 알고 보면 보존 가치가 높은 역사적인 지역이거나 건축물들로 그득할 경우가 많다. 앞길을 막아서는 홈리스들로 거리가 북적일 때도 있지만 실은 Historic District으로 지정되어 미국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는 꽤나 '높으신' 구역이란 의미다. 그런데 이 높은신 곳에 가면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길을 걷다 한식집만 봐도 반가운데 무려 태극기라니. 대사관은 다른 곳에 있으니 아닐테고 호기심 반 심심함 반 삼아 문을 열어보게 됐다.

 

 *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대한 제국 당시 고종이 미국에 공사를 파견하고 외교를 실현했던 공관이다. 이후 국권이 피탈되어 일본에 의해 매매되었지만 2012년 정부가 재매입하여 역사 보존의 공간으로 남겨 놓았다.

 

신발을 벗으라는 안내와 함께, 우리의 인기척을 들으신 관계자 한 분께서 나오셨다. '바쁘지 않으시면 제 설명 들으시면서 같이 움직이실래요?' 익숙한 듯 우리를 TV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셨고 5분가량의 영상과 함께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됐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국권이 침탈되고 일본에 의해 매각됐던 옛 공관을 정부가 다시 사들여 수리, 보존 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투어가 시작되면, 관계자분께서 응접실 및 공사들의 생활 공간 등을 설명해주시고 2층까지 위치한 방구석구석을 친절하게 안내해주신다. 여러 설명을 내가 글로 다 옮길 수는 없지만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정밀하게 보존된 실내 모습이었다. 방마다 옛 공사관의 내부 모습이 사진으로 나와 있는데, 말 그대로 '최대한 비슷하게'  복원해 놓았다.  

 

 

특별하게 손 댄 곳이 없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던 외형도 놀랍지만, 내부 공간은 과거 사진과 비교했을 때 가구의 위치까지 세세하게 고려하여 복원한 것이 눈에 띄었다. 위 사진 속 태극기 문양의 쿠션이 모양과 위치까지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면 와닿지 않을까. 꽤나 긴 시간을 고증을 위해 들였다고 들었는데 애써주셨을 분들을 생각하면 감사할 뿐이다. 벽에 걸린 고종의 어진도 눈에 띄었다. 어진을 향해 매일 절을 올렸다고 했던가. 어느 때보다 절박했던 조선의 외교가 이 공간에 놓여 있었다.

 

이어진 계단을 타고 2층에 올라가면 공사들의 집무실, 생활 공간이 나온다. 화장실부터 침실까지, 비록 이곳들은 사진이 남아 있지 않아 비교를 해볼 수 없지만 보관되어 있던 물품 서류들을 통해 나름의 복원을 거친 보존의 현장이었다. 

 

3층은 각종 서류들과 지도, 보존 가치가 높은 전시품 등 자주와 보존의 의미를 고취시킬 만한 물건이 진열되어 있다. 3층은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모르기에 그냥 둘 수도 있었지만, 박물관으로 개조해 개방한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외국인들을 위한 자료들도 방대했다. 한국에 대한 홍보 영상과 영문 해설, 터치스크린 등을 비치해서 이해를 돕도록 해두었다. 공사관 오른 편엔 정원이 위치하고 있다. 당시에는 없었지만 한국식 정원을 옆에 두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벌써 세 번째 방문이지만 이곳은 정말 '남다르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싶다. 단순한 관광지 추천 이상의 느낌이랄까. 해설하시는 분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안타까운 조선의 실정 때문에 저절로 한숨이 푹 쉬어진다. 동시에 조그만 나라였지만 어려운 형국을 타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노력들이 와닿아 자랑스럽기도 하다. 디씨에서 펄럭이는 태극기가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19. 12. 28)